we're ready to solve any design problem.

디자이너 김도형

TV드라마를 통해 쌓은 디자이너에 대한 인상은 이 글과 함께 지워내 주시길 바랍니다. 그들은 현실 속의 존재가 아니니까요. 또한 그들의 작업과정은 놀이터의 아이들 만큼이나 창의력과 재미가 만발한 그런 일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도 어서 지워내시길 바래요.  목공기술을 알려주는 컨텐츠나 맛있는 조리비법을  자랑하는 유튜버는 널리고 널렸지만 프러덕트디자이너 유튜버가 없는(조만간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구독자수는 심히 걱정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유가 있습니다. 구경거리로서는 빵점인 재미없고 지난한 작업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의뢰받은 제품이 복잡하거나 단순하거나 저렴하거나 비싸건 간에 저마다 해결해야할 문제를 품고 있습니다. 대개 이 문제는 말이나 글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관념의 문제라 이 문제를 정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아주 가끔이지만 이런 문제정의를 깔끔하게 정리해 놓으신 덕분에 그림 몇 장 그리면 금방 끝낼 수 있는 복된 프로젝트도 있고, 반대로 일은 수락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정의조차 못하고 아무런 진척 없이 몇 주를 끙끙 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땐  차라리 특수상대성이론 풀이가 더 쉽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어쨌거나 우여곡절 우격다짐 끝에 몇 가지 답안을 만들어내면 그 다음 단계가 혹은 다른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게 일상입니다. 시지프스가 조금 더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4차산업혁명기의 제품디자이너에 비하면 말이에요.

 매번 한정된 예산과 시간내에서 클라이언트가 공감할 수 있는 해답을 내놓아야 하기에 그 강박이나 부담의 무게는 상당합니다만, 이 직업엔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서 오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어렵고 부담스럽기만 한 일이라면 직즉 관두었겠지요. 디자인가이드라인 수립부터 판매나 서비스투입단계에 이르는 과정까지 모든 단계마다 그 불확실성은 존재합니다. 개발 코드네임 –  OO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밭을 열심히 김메고 시비해도 예기치 않은 가뭄이나 태풍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고, 어떤 논은 가만히 내버려둬도 소출이 풍성하기만 하니… 

농부가 하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농사 짓듯이 디자인에 임하겠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제게 더 많이 이야기 해주세요. 당신이 얼마나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깊이 사랑하는지.

그리고 제가 더 많은 열정과 가능성을 담아내도록 옆에서 응원해 주세요.